살아남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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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장-종교개혁의 진행

48장 - 종교개혁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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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새로운 황제 즉 카알 5세가 독일의 왕위에 오르자 로마의 사절들은 즉시 이것을 축하하는 동시에 황제가 개혁 사업을 종식시키도록 권력을 행사하라고 권유하였다. 한편 카알이 왕관을 쓰는데 큰 공을 세운 작센의 선후(選侯)는 루터의 말을 듣기 전에는 아무 조치도 하지 말라고 카알 황제에게 간청하였다.

이에 모든 당파의 주목은 카알이 즉위한 후 오래지 아니하여 보름스에서 열릴 독일 의회에 집중되었다. 이 국회에서는 독일의 제후들이 토의할 정치적 중대 문제와 안건들이 있었으나 이런 문제는 비텐베르크의 사제의 사건에 비하면 오히려 작은 문제로 보였다.

이보다 앞서 카알은 선후를 향하여 루터를 동반하여 국회에 올 것과 또 그 개혁자는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될 것이며 논쟁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논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과 자유롭게 회합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는 것을 시달하였다. 루터는 황제 앞에 서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루터의 친구들은 두려워하고 슬퍼하였다. 그들은 루터에 대한 편견과 증오를 알고 있었으므로 그의 안전 통행권까지도 무시되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그의 생명에 위험을 자초하지 말라고 간청하였다. 루터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법왕당은 내가 보름스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오직 나를 정죄하여 죽이기를 원한다. 347 그러나 이것은 염려할 것은 없다. 나를 위하여 기도하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을 위하여 기도하라.”

의회 앞에 선 루터

드디어 루터는 의회 앞에 서게 되었다. 황제는 보좌에 앉았다. 그는 제국내의 요인(要人)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르틴 루터가 자기의 신앙에 대해 변호하기 위하여 섰던 회의처럼 장엄한 집회는 전에 도무지 없었다.

루터가 보름스회의에 서게 된 사실 그 자체가 진리의 현저한 승리였다. 법왕에게서 일단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이 다른 법정에서 심문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법왕의 최상권을 멸시하는 것이었다. 로마교회에서 이미 출교를 당하였고 모든 교인들과 교제하지 못하도록 금지당한 루터가 이제 다시 보호받을 수 있는 보증을 받았고 제국내의 최고 권위자들 앞에서 말할 수 있는 허락을 받은 것이다. 로마교회는 그에게 잠잠하라고 명하였었다. 그러나 각처의 그리스도교국에서 온 수천명의 청중 앞에서 그는 지금 막 말을 하려고 서 있다. 루터는 침착하고 평화스러우면서도 용감하고 고결한 태도로 하나님의 증인으로서 지상의 거물들 앞에 섰다. 그는 난폭하거나 격렬한 감정이 아니라 부드럽고 겸손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그의 태도는 겸손과 존경으로 가득 찼고 군중들이 놀랄만큼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기쁨을 표시하였다.

완고하게도 빛에 대해 눈을 감고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결심한 자들은 루터가 하는 말의 위력에 대해 격분하였다. 그의 진술이 끝났을 때 의회의 대변자는 분노하여 “너는 제시된 질문에 대하여 대답하지 않았다. … 너는 명확한 대답을 해야 한다. … 즉 너는 취소하겠느냐, 하지 않겠느냐?”라고 따졌다.

개혁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348 “지극히 존엄하신 폐하와 고귀하신 왕후(王侯) 제위께서 저에게 간단 명료하고 확실한 답변을 요구하신다면 이제 제가 대답하겠습니다. 저는 저의 신앙을 법왕에게나 또는 의회에 굴복시킬 수 없습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면 법왕이나 의회는 누차 오류를 범하여 피차간에도 모순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경의 증거로나 또는 명확한 이론으로나 또는 제가 인용한 성구에 대하여 저를 설복시킬 수 없는 한, 또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저의 양심을 순복하게 할 수 없다면 저는 취소할 수도 없고 또한 취소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자기 양심을 거역해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제가 서 있습니다. 이 외에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입니다. 하나님이여! 저를 도와주시옵소서! 아멘.”

이와 같이 이 의로운 사람 루터는 하나님의 말씀 위에 굳게 섰다. 하늘의 광채가 그의 얼굴에 비쳤다. 그의 품격의 위대함과 순결이, 그리고 마음의 평화와 기쁨이 그가 오류의 세력을 대항해서 증언할 때 듣는 모든 사람에게 보여졌으며 세상을 이기는 그 믿음의 우월성을 모두가 목격할 수 있었다.

루터는 맹렬한 세상의 세력이 폭풍처럼 그에게 밀려 올지라도 아무런 해도 받지 아니하고 반석처럼 굳건히 서서 추호도 요동하지 않았다. 단순하고도 힘있는 그의 말과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는 그의 태도와 침착함, 말하는 듯한 눈, 그리고 그의 말과 행위에 나타난 움직일 수 없는 결심이 청중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어떠한 약속이나 위협으로도 그를 로마 법왕의 명령에 굴종시킬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리스도께서 루터의 증언을 통하여 힘있고 권세 있게 말씀하셨으므로 친구나 원수를 막론하고 모두 놀라고 경탄해 마지 않았다. 하나님의 성령께서 그 의회에 직접 나타나 제국의 중신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셨던 것이다. 영주들 가운데는 루터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기탄 없이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시 진리의 감동을 받았으나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349 어떤 사람들은 감동받은 것을 당장에 표시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성경을 깊이 연구하여 후일 개혁 운동의 유력한 지원자가 된 이들도 있었다.

선후 프레데릭은 루터가 의회 앞에 나타나는 것을 간절히 기다렸다가 그의 진술을 열심히 들었다. 그는 그 박사의 용기와 침착하고 확고 부동한 태도를 보고 기뻐하였으며 그의 보호자가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는 논쟁할 때에 양편을 비교하면서 법왕과 왕들의 지혜로도 진리의 능력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을 알았다. 이 때에 법왕권은 모든 국가, 모든 시대에 걸쳐 그 영향을 느낄 수 있는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였다.

개혁자가 단 한 가지라도 포기했더라면 사단과 그의 군대는 승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확고 부동한 태도는 교회를 해방시키고 새롭고 더 나은 시대를 여는 방편이 되었다. 신앙 문제를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믿는 바를 실천한 이 한 사람의 감화는 그 시대의 교회와 세계뿐 아니라 다가오는 모든 세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의 견인 불발의 의지와 충성은 세상 끝에 이르기까지 그와 같은 경험을 당하는 모든 사람을 격려해 줄 것이다. 하나님의 권능과 주권은 인간의 회의나 사단의 강한 능력을 훨씬 초월하는 것이다.

나는 루터가 죄를 책망하고 진리를 옹호하는 데 불타는 열성과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대담함을 보았다. 그는 악한 사람들이나 마귀를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자기와 함께 하시는 이가 그 모든 것보다 더욱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루터는 열성과 용맹과 담대함을 가졌으며 때로는 도에 지나칠 염려가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루터와 대조되는 성격을 가진 멜랑히톤을 세워 개혁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루터를 돕게 하셨다. 멜랑히톤은 겁이 많고 무서움을 잘 타며 조심성과 참을성이 많았다. 350 그는 하나님의 은총을 크게 받았다. 그는 성경 지식이 풍부하였으며 탁월한 판단력과 지혜가 있었다. 하나님의 사업에 대한 그의 애정은 루터와 다를 바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이 두 사람의 마음을 굳게 연결시키셔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친구가 되게 하셨다. 멜랑히톤이 겁을 먹고 주저할 위험에 빠졌을 때에는 루터가 큰 도움이 되었고 루터가 너무 과격하게 행동할 위험이 있을 때에는 멜랑히톤이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멜랑히톤의 멀리 내다보는 통찰력은 종종 루터가 혼자서 그 사업을 진행시켰다면 당하였을 뻔한 어려운 문제를 제거하였고 또한 멜랑히톤 혼자만으로 이 사업을 하게 하였더라면 앞으로 진행시킬 수 없었을 뻔했던 것을 밀고 나갈 수 있게 했다. 지혜로우신 하나님께서 이 두 사람을 택하사 개혁 사업을 진행하게 하신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의 계몽

루터가 독일 국민을 위하여 봉해졌던 성경을 펼치는 동안 틴데일도 성령의 감동을 입어 영국 국민을 위하여 동일한 일을 하였다. 틴데일은 부지런한 성경 학도였고 자기가 깨달은 진리를 담대하게 전파하였으며 모든 교리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검증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의 열성은 법왕청의 반대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학식이 많은 천주교회의 한 박사가 틴데일과의 논쟁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법왕의 법령이 없이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하나님의 율법 없이 사는 편이 났다.” 이에 대해 틴데일이 대답하였다. “나는 법왕과 그의 모든 규례를 부인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만일 내 생명을 보존해 주신다면 머지 않아 밭을 가는 아이라도 그대보다 성경을 더욱 잘 알 수 있게 하겠다.”

틴데일이 일찍부터 마음속에 품어 왔던 대로 영국 국민에게 자국어로 신약전서를 읽게 해주려던 목적이 이제 더욱 확고하여지자 그는 곧 그 일에 착수하였다. 351 온 영국 국민이 자기를 대적하는 듯하자 그는 독일에서 피난처를 찾았다. 그리하여 독일에서 그는 영어 신약전서를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얼마 되지 않아 신약전서 3천부가 출판되었고 같은 해에 재판을 인쇄하게 되었다.

틴데일은 마침내 순교자로서의 죽음을 통해 자기의 믿음을 증거하였지만 그가 마련한 무기는 다른 군인들이 각 시대를 통하여 오늘날까지 싸울 수 있게 하였다.

스코틀랜드에는 복음의 용사 요한 녹스를 통해 기초가 세워졌다. 이 진실한 개혁자는 사람의 낯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주위에서 불타고 있는 순교의 불길은 그의 열성을 환기시켰다. 폭군의 도끼가 그의 머리 위에서 그를 위협할지라도 그는 견고히 서서 좌충우돌 우상숭배를 타파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이와 같이 그는 자기의 목표를 도달하였고, 스코틀랜드가 복음의 자유를 누릴 때까지 주님의 싸움을 위해 기도하며 투쟁하였다.

영국의 래티머는 성경은 자국어로 읽을 수 있어야만 된다고 강단에서 주장한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외쳤다. “성경의 저자는 하나님 자신이시다.” 따라서 이 성경은 그 저자의 능력과 영원성을 나누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떤 왕이나 황제나 장관이나 통치자이든지 누구를 물론하고 그의 거룩한 말씀을 순종할 의무가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곁길로 나가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의 지도를 따라가자. 우리 조상들이 행한 대로 따르려고 하지 말고 그들이 행한 대로 하려고도 말며 오직 그들이 마땅히 행했어야 할 것을 살펴서 따라 행하자”고 하였다.

틴데일의 친구 반스와 프리드가 진리를 옹호하기 위하여 일어났다. 리들리즈와 크랜머가 또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영국의 종교개혁 지도자들은 학식이 있는 인사들이었으며 그들 중 다수가 일찍이 로마교 내에서 열심과 경건으로 매우 존경을 받던 사람들이다. 352 그들이 법왕권을 적대하기에 이르른 것은 법왕청의 많은 오류들을 안 결과였다. 그들은 타락한 교회 바벨론의 비밀을 잘 알았기 때문에 그 교회를 공격하기에 더욱 유력한 증거를 가지게 되었다.

틴데일과 프리드와 래티머와 리들리즈 같은 개혁자들이 고수한 대원칙은 성서의 신성한 권위와 충족성이었다. 그들은 법왕과 종교회의와 교부와 제후들이 종교적 신앙 문제에 있어서 사람의 양심을 지배할 법왕과 종교회의와, 교부들과 왕들의, 스스로 취한 권위를 거부하였다. 성경만이 그들의 표준이었고 모든 교리와 모든 주장을 성경과 대조하였다. 이 거룩한 사람들이 화형주에서 그들의 생명을 버릴 때에도 하나님과 그 말씀에 대한 신앙이 그들을 붙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