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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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장-감옥에서 구출된 베드로*

40장 - 감옥에서 구출된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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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헤롯은 유대교의 신앙으로 전향했다고 공언한 자로 겉으로는 율법의 여러 가지 의식을 매우 충실히 지키는 체하였다. 그는 로마 황제 클라우디어스의 신하로서 갈릴리의 사분영주(四分領主)의 지위에 있었고 유대 정부는 그의 관할에 있었다. 그는 유대인들의 호의를 얻어 자기의 지위와 명예를 공고히 하고자 갈망하였다. 그래서 그는 유대인들의 소원에 따라 그리스도의 교회를 핍박하였다. 헤롯은 신자들의 가택과 소유를 강탈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지도자들을 옥에 가두었다. 헤롯은 야고보를 체포하여 투옥하고 전에 다른 헤롯이 침례 요한의 목을 자르게 한 것처럼 야고보를 베어 죽이려고 집행자에게 칼을 주어 감옥으로 보냈다. 유대인들이 그의 행한 일에 대하여 좋아하는 것을 보고 더욱 담대하여져서 베드로를 또 투옥하였다. 이 잔인한 일이 거룩한 유월절 행사 동안에 행해졌다.

백성들은 야고보를 죽인 헤롯의 행동에 박수를 보냈다. 어떤 유대인들은 그 일을 비밀히 행한 것을 불평하면서 만약 그를 공개 집행하였더라면 예수를 믿는 모든 신자와 그의 동정자들을 더욱 위협하는 효과를 거두었으리라고 주장하였다. 293 그리하여 헤롯은 베드로를 공개 처형하여 유대인을 기쁘게 하려고 그를 감금해 두었다. 그러나 관원들에게 유월절을 지키기 위하여 예루살렘에 모여든 모든 사람들 앞에서 이 늙은 사도의 사형을 집행하려고 끌어내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충고가 들어왔다. 그들은 경건한 베드로를 무리 앞에 끌어내면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동정하고 그에 대한 그들의 존경심을 더욱 자극시키지나 않을까 두려워하였다. 유대인들의 또 다른 두려움은 그가 번번히 백성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품성을 탐구하도록 이끌었던 그런 힘있는 호소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 호소를 유대인들은 어떤 책략으로도 논박할 수 없었다. 그런 경우, 왕이 베드로를 석방해 주라고 명령하지나 않을까 유대인들은 근심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유월절 후까지 베드로의 사형 집행이 지연되는 사이에 그리스도의 교회는 자신들을 깊이 반성하고 간절히 기도할 시간을 가졌다. 탄원과 눈물과 금식이 병행되었다. 신자들은 쉬지 않고 베드로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베드로는 그리스도의 사업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이제 하나님의 특별하신 도움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교회가 없어져 버릴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였다.

베드로의 사형 집행 날짜가 드디어 결정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신자들의 기도는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신자들이 모든 정력과 동정을 기울여 간절히 탄원하는 동안 하나님의 천사들이 투옥된 사도를 보호하고 있었다. 사람의 궁지는 하나님의 기회이다. 베드로는 두 군사 사이에서 그 두 파수병의 손목에 맨 두 쇠사슬로 결박되어 있었다. 그래서 베드로는 군사들 모르게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옥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문 밖에도 간수가 옥을 지키고 서 있었다. 사람의 수단으로는 도무지 구출이나 도망할 기회가 없었다.

294 사도 베드로는 그의 처지 때문에 조금도 겁내지 않았다. 베드로는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다시 믿음을 회복했을 때부터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구주를 전파하는데에 뛰어난 용기와 담대한 정신을 발휘했으며 위험 속에서도 태연 자약하였다. 베드로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자기의 생명을 바칠 때가 왔다고 생각하였다.

사형 집행이 예정된 전날 밤 쇠사슬로 결박된 베드로는 다른 때와 같이 두 병사 사이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헤롯은 전에 베드로와 요한이 신앙 때문에 옥에 갇혔다가 그 옥에서 도망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이번은 이중의 예방수단을 썼다. 파수병들은 투옥된 자에 대한 경계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책임져야 한다. 베드로는 이미 말한 것처럼 큰 암석(岩石)을 판 감방에 구속되었고 그 문은 자물쇠로 잠기고 빗장이 걸려 있었다. 열여섯 명의 병사가 이 감방에 대한 특별 경계를 하고 있었다. 저들은 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교대하였다. 간수병은 항상 네 명이었다. 그러나 죄수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차단한 차꼬와 쇠빗장과 로마 파수병은 결국 베드로를 옥에서 구원해 내신 하나님의 승리를 더욱 완벽하게 드러낸 결과를 가져올 뿐이었다. 헤롯은 전능하신 하나님을 대항하고 있었으므로 그가 하나님의 종의 생명을 해치려 하다가 굴욕과 패배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천사에게 구출됨

사형 집행을 앞둔 마지막 밤, 하늘의 명령을 받아 한 힘센 천사가 베드로를 구출하기 위해 내려왔다. 하나님의 성도를 가둔 튼튼한 문이 사람의 손도 대지 않고 열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천사가 감옥 안에 들어가자 그 문은 다시 그의 뒤에서 소리없이 닫혔다. 굳은 암석을 파서 만든 감방에 천사가 들어가자, 양편에 있는 두 힘센 파수병들에게 쇠사슬로 결박되어 있는 베드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천진하고 평화스러운 단잠을 자고 있었다. 295 천사를 둘러싼 빛이 감방 안에 비치었지만 잠자고 있는 사도 베드로는 잠을 깨지 않았다. 그의 잠은 활력을 주고 소생시키는 단잠으로서 착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의 참된 안식이였다.

베드로는 천사의 손이 자기를 치며 “급히 일어나라”고 말하는 그의 소리를 듣고야 잠에서 깨었다. 베드로는 한줄기의 빛도 비친 일이 없는 감방이 하늘의 빛으로 환하게 되고 그 가운데 찬란한 영광중에 한 천사가 자기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베드로는 기계적으로 천사의 말을 따랐다. 그의 손을 쳐들자 쇠사슬이 그의 손에서 풀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다시 천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띠를 띠고 신을 들메라”고 하였다.

베드로가 다시 기계적으로 따르면서 놀라운 눈으로 하늘의 방문객을 주목하고 자기가 꿈을 꾸든지 혹은 계시를 보고 있다고 믿었다. 무장한 군인들은 천사가 “겉옷을 입고 따라오라”고 명령할 때에 마치 대리석상처럼 움직이지를 못하였다. 이렇게 해서 천사는 문쪽을 향하여 가고 본래 말하기 좋아하던 베드로는 놀라움으로 벙어리가 되어 따라가기만 했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 파수병을 지나 튼튼히 잠그고 빗장을 지른 옥문에 이르자 그것은 저절로 열리고 곧 닫혔다. 그 때까지도 문의 안팎에 있던 파수병들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안팎으로 수비하고 있는 둘째 문에 이르자 첫번째 문과 같이 삐꺽 소리나 덜컹거리는 소리도 없이 열렸다. 베드로와 천사가 나가자 그 문도 소리 없이 닫혔다. 그들은 셋째 문도 같은 방법으로 통과해서 마침내 큰 길에 나오게 되었다. 아무 말소리도 없었고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찬란한 빛이 조용히 흐르는 가운데 천사가 앞서서 소리없이 나가고 베드로는 꿈속에서처럼 몽롱한 가운데 자기를 구출해 주는 자를 따라갔다. 296 길을 몇 개나 건너서 위험을 헤치며 지나온 후에 천사는 구출 작업을 완전히 마치자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하늘의 광채가 사라지자 베드로는 자신이 깊은 어둠 속에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둠이 점차 사라지자 자신이 조용한 길거리에 혼자 서 있고 찬 밤공기가 뺨을 스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서야 그가 당한 일이 꿈도 아니요 계시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베드로는 자기가 있는 곳이 자기가 잘 아는 도시요 과거에 자주 다니던 곳임을 알았다. 이 곳은 이튿날 자기가 사형장으로 갈 때 최후로 지나리라고 예상했던 곳이다. 그는 몇 분 전에 일어났던 일을 회상해 보려고 했다. 그는 두 병사 사이에 결박되어 신과 겉옷을 벗은 채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였다. 그가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니 신을 잘 신고 띠도 잘 맨 것을 알았다.

잔인한 쇠고랑에 묶이어 부풀은 그의 손목은 이제 쇠사슬이 풀렸고 그가 자유스러운 몸이 된 것이 환상이 아니고 복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날 사형을 받기로 되어 있던 베드로를 천사가 감옥에서, 사망에서 구원해 준 것이다. “이에 베드로가 정신이 나서 가로되 내가 이제야 참으로 주께서 그의 천사를 보내어 나를 헤롯의 손과 유대 백성의 모든 기대에서 벗어나게 하신 줄 알겠노라”고 하였다.

기도의 응답

사도가 형제들이 기도하기 위해 모여 있는 집으로 곧장 가자 그들은 그 순간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297 “베드로가 대문을 두드린대 로데라 하는 계집아이가 영접하러 나왔다가 베드로의 음성인 줄 알고 기뻐하여 문을 미처 열지 못하고 달려 들어가 말한대 베드로가 대문 밖에 섰더라 하니 저희가 말한대 네가 미쳤다 하나 계집아이는 힘써 말하되 참말이라 하니 저희가 말하되 그러면 그의 천사라 하더라 베드로가 문 두드리기를 그치지 아니하니 저희가 문을 열어 베드로를 보고 놀라는지라 베드로가 저희에게 손짓하여 종용하게 하고 주께서 자기를 이끌어 옥에서 나오게 하던 일을 말하고 또 야고보와 형제들에게 이 말을 전하라 하고 떠나 다른 곳으로 가니라.”

금식하며 기도하던 신자들은 하나님께서 저희의 기도를 듣고 응답하셔서 베드로를 헤롯의 손에서 구원해 주신 것을 보고 그들의 가슴이 기쁨과 찬송으로 가득하였다. 아침이 되자 백성들은 사도 베드로의 사형 집행을 보기 위하여 모두 모여 들었다. 298 헤롯은 베드로가 도망하지 못하게 단단히 무장한 파수병들에게 그를 끌어오라고 명령하였다. 그래서 모든 동정자들을 위협하고 자기의 위세를 과시하고 싶었다. 옥문에는 파수병이 있었고 문의 자물쇠와 빗장도 튼튼했으며 안에 파수병도 있었고 두 병사의 손목에는 쇠사슬도 그대로 붙어 있었다. 그러나 투옥되었던 자는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헤롯의 보응

이 일이 헤롯에게 보고되자 그는 격노하고 옥문을 지키던 자를 근무 태만으로 추정하였다. 그들은 근무 중에 잠을 잤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했다. 동시에 헤롯은 베드로를 구해 낸 것은 인간의 힘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헤롯은 하나님의 능력이 자기의 비열한 계획을 좌절시키기 위해 일하셨다고는 인정하지 않기로 작정하였다. 이렇게 하여 그는 굴하지 않고 더욱 담대히 하나님께 도전하였다.

헤롯은 베드로가 옥에서 구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다로부터 가이사랴로 내려가 거기에서 살았다. 그는 그 곳에서 큰 잔치를 베풀어 백성의 칭송과 갈채를 얻으려고 계획하였다. 향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각 곳으로부터 모여 들어 먹고 마시고 있었다. 헤롯은 지극히 화려하게 차리고 백성들 앞에 군림하였다. 그는 번쩍이는 금은으로 장식한 외투를 입었는데 그것이 햇빛을 받아 보는 사람들의 눈을 황홀하게 하였다. 굉장한 허세 의식(儀式)을 갖추고 그는 군중 앞에 서서 유창한 말로 인사를 했다.

그 외모의 당당함과 잘 선택된 언어의 힘은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고 군중을 휘어잡았다. 그들의 정신은 이미 연락과 술에 도취되어 있었고 헤롯의 빛나는 장식을 눈부시게 바라보며 그의 당당한 풍채와 유창한 말에 매혹되어 버렸다. 백성들은 그에게 아첨하며 그를 신이라 선언하면서 죽음을 면치 못할 인간이라면 저렇듯 훌륭한 풍채를 가지고 놀랍도록 유창한 말을 할 수 없다고 추켜 올렸다. 또한 헤롯을 한 통치자로 존경해 왔었으나 이제부터는 그를 신으로 경배하겠노라고까지 선언하였다.

헤롯은 자기가 이러한 찬송과 영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나 백성의 숭배를 거절하지 않고 자기가 마땅히 받을 만한 것인 양 이를 용납하였다. “이것은 신의 소리요 사람의 소리는 아니”라는 부르짖음을 들으면서 기쁨에 겨운 자만의 빛이 그의 얼굴에 떠올랐다. 지금 한 비열한 죄인을 영화롭게 하는 이 목소리가 불과 몇 해 전엔 “이 사람을 죽여 버리고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고 열광적으로 소리쳤던 것이다. 헤롯은 이같은 아첨과 복종에 크게 기뻐했고 그의 마음은 개선 장군처럼 의기 양양하여졌다. 그러나 갑자기 무서운 변화가 헤롯에게 임했다. 299 그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였고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찌푸려졌다. 땀구멍에서는 큰 땀방울이 내솟았다. 그는 잠시 동안 고통과 공포에 싸여 제자리에 박힌 듯 서 있었다. 그리고 창백한 얼굴로 공포에 떨고 있는 친구들에게 죽어가는 목소리로 “너희들이 신으로 높인 자가 죽음을 당한다”고 소리쳤다.

헤롯은 극도의 고통 속에서 더러운 환락과 주연과 호화스러운 장소에서 운반되었다. 조금 전만 해도 그는 거만하게도 군중의 굉장한 칭송과 경배를 받았으나 이제야 자기는 자기보다 더 강한 지배자의 수중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헤롯은 양심의 가책 속에서 무죄한 야고보를 죽이라고 했던 자기의 잔인한 명령을 기억하였다. 또한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을 참혹하게 핍박한 것과 사도 베드로를 죽이려고 계획했으나 하나님께서 자기의 손에서 구원해 내신 것을 기억하였다. 그는 감옥을 지키던 파수병을 이치에 맞지 않는 분풀이로 무자비하게 처단한 것을 또한 기억하였다. 사도 베드로를 사망에서 구원하신 하나님이 잔인한 핍박자인 자기를 처단하시고 있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는 육체의 고통과 마음의 고민에서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헤롯은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지니라”는 하나님의 율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백성의 숭배를 용납한 범죄 때문에 하나님의 진노를 자초하였음을 알았다.

베드로를 그의 핍박자의 손에서 구원하기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이제는 헤롯에게 진노와 형벌을 가져왔다. 그 천사가 베드로를 잠에서 깨라고 옆구리를 쳤다. 300 그러나 천사가 악한 왕을 쳤을 때는 베드로를 친 것과는 달리 왕에게 죽음의 질병을 가져다 주었다. 하나님께서는 헤롯의 교만함을 경멸 하시고 경이에 찬 눈으로 주목하는 백성들 앞에서 찬란하게 꾸미고 자랑하던 그의 몸을 아직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벌레가 먹고 썩게 하셨다. 헤롯은 하나님의 보응의 심판을 받아 육신과 마음의 큰 고통 가운데서 죽었다.

이같은 하나님의 심판은 백성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스도의 사도는 기적적으로 감옥과 사망에서 구원을 받았으나 그를 핍박하는 자는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죽고 말았다. 이 소식이 온 땅에 퍼져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