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이들

본문보기

28장-그리스도의 재판

28장 - 그리스도의 재판

주제제목없음

213 천사들은 하늘을 떠날 때에 슬픔에 잠겨 그들의 찬란한 면류관을 벗었다. 저희의 사령관이 고통을 당하시고 가시관을 쓰시고 있는데 저들이 그 면류관을 쓸 수가 없었다. 사단과 그의 천사들은 재판정에서 사람들의 인정(人情)과 동정을 말살하기 위하여 분주하였다. 그 분위기는 저들의 영향으로 침울하고 거룩하지 못하였다. 제사장들과 장로들은 저들의 영향을 받아 인성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방법으로 예수를 모욕하고 학대하였다. 사단은 이러한 조롱과 폭행이 하나님의 아들로 하여금 불평과 원망을 가지게 하거나, 그분의 신성한 능력을 나타내사 무리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심으로써 그 구원의 계획이 실패하기를 바랐다.

베드로의 부인

베드로는 주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예수께서 어떻게 되시는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그의 한 제자로 알려졌을 때는 자신의 안전을 위한 두려움 때문에 그를 모른다고 부인하였다. 제자들은 깨끗한 말을 쓰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어서 그리스도의 제자임이 드러났기 때문에 베드로는 자기가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거하기 위하여 세번째에는 저주하고 맹세까지 하면서 그들의 말을 부인하였다. 베드로에게서 좀 떨어진 곳에 계셨던 예수께서는 슬픈 얼굴로 책망의 눈길을 그에게 돌리셨다. 214 그 때 그 제자는 다락방에서 자기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과 또한 자기가 진심으로 다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언제든지 버리지 않겠나이다(마 26:33)라고 장담하던 것을 기억하였다. 그 주님을 모른다고 하고 저주와 맹세까지 하였다. 그러나 예수의 시선은 베드로의 마음을 녹여 그를 구원하였다. 그는 심히 통곡하면서 그 큰 죄를 뉘우치고 개전(改悛)하였다. 그리고 그의 형제들을 격려하기 위하여 준비하였다.

재판정에서

무리들은 예수의 피를 요구하며 날뛰었다. 그들은 예수를 잔인하게 때리고 그에게 헌 자줏빛 왕복을 입힌 후 그 거룩한 머리에 가시관을 씌웠다. 저희는 그 손에 갈대를 쥐어주고 그 앞에 엎디어 절하면서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요 19:3)라고 조롱하였다. 그런 후에는 그의 손에서 갈대를 빼앗아 그것으로 머리를 쳐서 가시가 이마를 찌르게 하여 얼굴과 수염으로 피가 흘러내리게 하였다.

천사들은 그 광경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저희는 예수를 구원하려고 하였으나 지휘하는 천사들은 저들에게 그것이 인생을 위하여 지불해야 할 큰 속죄의 값이라는 것과 오직 그것으로만 사람이 완전하게 되고 죽음의 권세를 가진 자를 멸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그들을 제지하였다. 예수께서는 자기가 굴욕을 당하는 광경을 천사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아셨다. 가장 약한 천사일지라도 그 조롱하는 무리를 힘없이 쓰러뜨리고 예수를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자기가 만일 그 아버지께 구하기만 하면 천사들이 즉시 자기를 구해 줄 것도 아셨다. 그러나 그는 구원의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서 악한 자들의 학대를 견디셔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 격분한 무리가 극히 야비한 방법으로 능욕을 가해 올지라도 예수께서는 온유하고 겸손하게 그 무리 앞에 서 계셨다. 215 저희가 그분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러나 훗날 그 얼굴이 하나님의 도성을 비추고 해보다 더 밝게 빛날 때 그들은 그 얼굴에서 숨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그 범죄자들을 조금도 노한 얼굴로 보지 아니하셨다. 그의 머리에 헌옷을 씌워 그의 눈을 가리우고 그의 얼굴을 치며 “선지자 노릇하라 너를 친 자가 누구냐”(눅 22:64)고 조롱하였다. 천사들 가운데 동요가 일어났다. 만일 저희의 지휘하는 천사들이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즉시 예수를 구원하였을 것이다.

제자들 중에 더러는 용기를 내어 예수께서 계신 곳으로 들어가 그의 고난 당하시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그들은 주께서 신성한 능력을 나타내어 자신을 그 원수의 손에서 구하시고 그 잔인한 자들을 벌하실 줄로 기대하였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그들은 희망이 부침을 거듭했다. 혹시 자기들이 속은 것이 아닌가 하여 의심도 하고 염려도 하였다. 그러나 저희가 변화산에서 들은 음성과 본 영광은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저희의 믿음을 더 굳게 하였다. 저희가 본 광경 곧 병자를 고치시고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시며 귀머거리를 듣게 하시고 귀신을 꾸짖어 내쫓으시며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시고 바다와 바람을 잔잔하게 하시던 예수의 이적들을 다시 회상하였다.

그들은 예수께서 죽으시리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지금이라도 주께서 성전에 들어가셔서 하나님의 집으로 장사하는 곳을 삼는 자들을 쫓아내셨을 때에 그 무리들이 그의 앞에서 마치 큰 군대에게 쫓기듯 도망한 것처럼 그 피에 주린 악한 무리들을 권세 있게 꾸짖어 쫓아 버리시기를 바랐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그 권세를 나타내사 모든 사람에게 그분이 이스라엘의 왕이심을 알게 하시기를 바랐다.

유다의 자백

216 유다는 예수를 판 자기의 배반 행위에 대하여 심히 후회하고 부끄러워하였다. 그는 주께서 당하시는 능욕을 보고 마음이 깊이 찔렸다. 그는 예수를 사랑하긴 했으나 돈을 더 사랑하였다. 그는 예수께서 자기가 이끌고 간 폭도들에게 붙잡히시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는 예수께서 기적을 행하여 자신을 저희에게서 구원하실 줄로 믿었다. 그러나 그는 재판정에서 피에 주린 격분한 무리들을 보았을 때에 자기의 과오를 깊이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가혹하게 심문할 때에 유다는 그 무리 가운데 뛰어 들어가서 자기가 무죄한 피를 팔아서 범죄했다는 사실을 자백하였다. 그는 제사장들에게 그가 받았던 돈을 돌려주고 주께서는 전혀 죄가 없으시다고 주장하면서 예수를 놓아 달라고 간원하였다.

잠시 동안 제사장들은 당황과 혼란 가운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저희들은 예수의 한 잘 알려진 제자를 포섭하여 삯을 주면서 예수를 저희의 손에 팔게 한 사실이 백성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저희가 예수를 도둑을 색출하듯 한 것과 비밀리에 그를 체포한 것을 숨기려고 하였다. 그러나 유다의 자백과 그의 초췌하고 당황하는 모습은 제사장들이 예수를 잡은 것은 그를 증오한 데 기인(起因)했다는 사실을 무리들에게 드러내고야 말았다. 유다가 큰소리로 예수의 무죄를 주장할 때에 제사장들은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네가 당하라”(마 27:4)고 대답하였다. 저희는 예수를 손아귀에 둔 이상 그를 처치하기로 작정하였다. 유다는 고민에 빠져 그 경멸스러운 돈을 그에게 삯으로 준 자들 앞에 던지고 고민과 공포 속에 나가서 스스로 목을 매었다.

예수의 주위에 있는 무리들 가운데는 예수를 동정하는 자들도 많았는데 그들은 많은 질문에 대하여 예수께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217 그의 얼굴은 폭도들의 모든 조롱과 폭행 아래서도 노기나 괴로운 표정을 조금도 띠지 않으셨다. 그는 엄숙하고 태연하였다. 구경하는 자들은 기이하게 여기며 그를 주목하였다. 그들은 그의 흠없는 모습, 그리고 엄숙하신 태도를 그를 재판하기 위하여 앉아 있는 자들의 모습과 비교하여 보면서 예수는 그 법관들 쪽보다 더 왕과 같다고 서로 말하였다. 그에게는 범죄자로서의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그의 눈은 온화하고 맑아 무서워하는 빛이 없었으며 그 이마는 넓고 높았다. 그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자비와 고상한 정신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참을성과 침착성은 공포에 떠는 많은 사람들과 크게 대조되었다. 헤롯과 빌라도까지도 그의 고상하고 하나님과 같은 태도에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빌라도 앞의 예수

빌라도는 처음부터 예수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주께서 탁월한 성품을 가지셨으며 전혀 무죄하시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천사들은 이 로마의 총독이 확신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어 주는 그 무서운 행위에 가담하는 일에서 빌라도를 구원하려고 한 천사를 그의 아내에게 보내 그의 남편이 심문하려는 분이 하나님의 아들이신 것과 그가 무죄하게 고통을 당하신다는 것을 꿈으로 가르쳐 주었다. 그 여인은 즉시 빌라도에게 기별을 보내어 자기가 꿈속에서 예수 때문에 애를 많이 썼으니 그 거룩한 사람을 상관하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그 전령이 무리를 헤치고 급히 그 편지를 빌라도의 손에 전했다. 그는 그 편지를 읽자 부들부들 떨며 얼굴이 창백하여졌다. 그는 즉시 예수를 죽이는 일에 아무 상관도 하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218 그는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할지라도 그 일에 어떤 영향력도 끼치지 않고 다만 그를 구원하기 위하여 힘쓰기로 작정하였다.

헤롯에게 보냄

빌라도는 헤롯이 예루살렘에 있다는 말을 듣고 그가 예수를 심문하고 정죄하는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으로 안심이 되었다. 그는 즉시 예수를 그 송사하는 자들과 함께 헤롯에게로 보냈다. 이 통치자는 죄로 마음이 완고해져 있었다. 침례 요한을 죽인 것이 그의 양심에 상흔(傷痕)이 되어 도무지 지워 버릴 수 없었다. 예수와 그의 행하신 이적들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 그는 침례 요한이 죽은 자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지 않았나 생각하고 공포에 떨었다. 빌라도가 헤롯에게 예수를 보내어 자기 앞에 서게 되자 헤롯은 이것이 자기의 권력과 권위와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전에 원수였던 그 두 통치자를 친구가 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헤롯은 자기를 만족시켜 줄 만한 예수의 대단한 이적을 기대하면서 그를 보고 싶어했다. 그러나 호기심을 만족시키거나 자기의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 예수의 일은 아니었다. 그의 신성한 이적의 능력은 다른 이들의 구원을 위하여 사용할 것이요 결코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할 것이 아니었다.

예수께서는 헤롯의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하여 일체 대답하지 아니하셨고 또 미친듯이 고소하는 그 원수들에게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아니하셨다. 헤롯은 예수께서 자기의 권세에 대하여 아무 두려움을 보이시지 않자 노하여 그의 군사들과 함께 하나님의 아들을 조롱하고 비웃고 능욕하였다. 그러나 그는 예수께서 그처럼 치욕적인 능멸을 당하시면서도 오히려 고상하고 하나님과 같은 태도를 가지시는 것에 놀라 그를 정죄하기가 두려워 다시 빌라도에게 돌려보냈다.

사단과 그의 천사들은 빌라도를 유혹하여 그를 자멸시키려고 하였다. 219 그들은 빌라도를 부추겨 만일 예수를 정죄하는데 찬성하지 않으면 다른 이들이 이 일을 행할 것이요, 그 무리들이 예수의 피에 굶주려 있는데 만일 그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내어 주지 않는다면, 그는 권세와 세상의 명예를 잃을 뿐 아니라 그 미혹자를 믿는 자라고 고발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빌라도는 자기의 권세와 지위를 잃을까 두려워 예수를 죽이도록 허락하였다. 비록 그가 예수의 피를 그 송사한 자들에게 돌리고, 그 무리들은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마 27:25)라고 외쳐 그 피를 받았지만 빌라도가 결코 결백하지는 못했다. 그는 예수의 피를 흘리도록 한 죄를 범한 것이다. 그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세상의 권력자들로부터 받을 명예 때문에 한 무죄한 사람을 죽음에 내어 준 것이다. 만일 빌라도가 자기의 확신을 좇았더면 예수를 정죄하는데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께서 심문을 받으시는 동안 가지신 태도와 말씀은 그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의 마음에 깊은 감명을 주었다. 이러한 감화의 결과는 그가 부활하신 후에 분명히 나타났다. 그 때 교회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는 예수께서 심문 받으실 때부터 죄를 깨닫게 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사단은 자기가 유대인들을 충동하여 예수에 대해 저지르게 한 그 모든 잔인함에 대하여 예수께서 조금도 원망하지 않으시는 것을 보고 분통이 터졌다. 비록 예수께서는 사람의 성정을 가지셨을지라도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과 같은 인내를 가지고 아버지의 뜻에서 조금도 이탈하지 않으셨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