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삼육人] 평창동계올림픽 루지 국가대표 조정명(생체 14)

2018.03.06 조회수 3,824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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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을 앞둘 때는 참 시간이 더디게 가더니 막상 끝나고 나니까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벌써 폐막이라니 아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을 몇 시간 앞둔 지난 달 25일 오후.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조정명(25)의 목소리는 비교적 밝아보였다. 자신이 출전한 루지 종목 일정이 일찍 끝난 덕에 휴식을 취하며 여유 있게 올림픽을 즐겼다는 조정명은 줄곧 강릉올림픽파크에 머물며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응원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삼육대 생활체육학과 조정명(14학번) 학우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루지 더블과 팀 계주 종목에 출전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그는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박진용(25·경기도체육회) 선수와 함께 뛴 더블에서는 1, 2차시기 합계 1분32초672를 기록, 20개 출전팀 가운데 9위를 차지했다. 팀 계주에서는 2분26초543으로 피니시라인을 끊으며 9위에 올랐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연이틀 ‘톱10’에 오르며 한국 루지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특히 루지 더블의 경우 18위에 그쳤던 4년 전 소치올림픽 성적과 비교하면 무려 9계단이나 오르는 큰 발전을 이뤘다. 언론은 “작은 기적” “기대 이상의 성과” “희망을 본 한국 루지”라고 평했다.

Q. 루지 더블 2차 런을 마치고 환호한 뒤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떤 감정이었나요.
“피니시 후 ‘톱10’이 확정된 그 순간은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생애 첫 톱10이었어요. 그것도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요. 우리나라에서 그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도 무척 기뻤습니다. 역경을 이겨내고 모든 것을 쏟아 부어 경기를 마쳤을 때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분들이 환호해주셨어요. 그걸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듣고 온몸으로 느낀 그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Q.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쉰 날을 모아보면 채 1달도 안 될 거예요. 훈련을 위해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 머물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파트너인 박진용 선수가 올해 초 팔꿈치 뼈가 부서졌어요. 올림픽을 불과 3주 앞둔 1월 중순에는 손가락이 부러져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었고요. 썰매도 부서져서 다시 만들기도 했었죠.

Q. 4년을 준비한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뻔 했네요.
“고맙게도 파트너가 수술을 무사히 마쳐줘서 국제연맹 측에서 올림픽 출전 허가를 내려줬어요. 정말 기적적으로 출전했어요. 되돌아보면 고된 훈련보다 그 시간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것 같아요.”

Q. 원래는 축구선수였다고 들었습니다.
“10년 정도 축구선수를 해왔는데, 스무 살 때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만뒀어요. 또래들처럼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체육인으로 살아오신 아버지께서 루지라는 종목을 추천해주시면서 국가대표 선발 공문을 보여주셨어요. 마음이 흔들렸어요. 그게 새로운 시작일지는 꿈에도 몰랐죠. 그렇게 얼떨결에 선발전에 나가서 상비군으로 뽑혀 1년을 활동했고 2013년 국가대표가 됐어요. 이듬해에는 소치동계올림픽에 나갔어요.”

Q. 종목 전환이 기회가 됐네요.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보니까 희소성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메리트는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좋아서 하는 게 가장 커요. 운동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루지에 빠져들었죠.”

Q. 왜 좋나요?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빠른 스피드예요. 시속이 140~150㎞까지 나오는데 같은 속도로 차를 타는 것과 썰매를 타는 것은 차원이 다르죠. 예민하게 썰매를 조종하면서 맨몸으로 속도를 받아내는데 짜릿한 쾌감이 있어요.”

Q. 소치올림픽에도 출전했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느꼈던 모든 감정들은 아마 평생 다시는 느끼지 못할 것 같아요. 올림픽이라는 것 자체가 되게 큰 무대인데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열리다보니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게 다가왔어요.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던 당시의 그 희열은 앞으로 어떤 시합에서도 느끼지 못할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한 달 정도는 쉬고 싶어요. 그 다음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위해 다시 많은 과정과 성장을 이뤄내야 하겠죠.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이제는 내가 어느 정도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고 시합은 계속 있으니까 점차 좋은 단계를 밟아가면서 다음 올림픽에는 더 높은 자리에 서고 싶습니다. 잠시 쉰 다음 더 좋은 성적을 위해 다시 달릴 겁니다.”

Q. 삼육대 학우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응원해주셨습니다.
“동기들이 올림픽 앞두고 잘해달라고 힘내라고 연락이 왔는데 마음을 다잡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여러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신 학우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아마 이전까지는 루지라는 종목이 뭔지 잘 몰랐던 분들이 많으셨을 거예요. 이번 올림픽에서 보내주신 응원과 관심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대한체육회, 조정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