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비 오는 파리의 촉촉한 낭만!

2018.09.28 조회수 94 006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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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화가 카유보트는 원조 파리지앵이며, 부와 능력을 함께 쥔 금수저이자 엄친아였다. 그는 법대를 졸업해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지만 화가가 된다. 카유보트는 법관인 부친으로부터 받은 엄청난 유산을 동료 화가들을 돕는 데 사용한다. 당시 인상파 화가들은 가난과 성병을 액세서리처럼 달고 살았다.

카유보트는 르누아르, 모네, 피사로 등 배고픈 친구들의 먹거리, 생활비를 챙겼고,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그들의 그림을 수점씩 사 주었다. 르누아르의 명작 ‘뱃놀이’의 모델로도 서 주었다. 부유한 화가 카유보트는 요트, 카누, 피아노 등 고급 취미를 가졌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이지적이고 고상하다.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의 배경은 생라자르역 근처 ‘더블린 광장’이다. 파리는 19세기 중반, 나폴레옹 3세의 지시로 오스만 남작이 중세의 비좁은 골목길, 낡은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우아하고 세련된 신도시로 건설한 곳이다.

▲ 귀스타브 카유보트 Gustave Caillebotte 作
212.2X276.2cm, Oil on canvas, 1877,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카유보트는 말끔하고 상쾌한 공기의 비 오는 신도시에 파리지앵들이 오가는 순간적인 장면을 절묘하게 포착해 마치 핸드폰으로 찍은 것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미술사에서 인상파에 속하지만 사실주의에 가깝다.

인물 표정과 의상, 비로 인해 물이 고여 반사되는 보도블록, 파스텔 톤 노랑, 핑크, 연보라색의 세심한 건물 표현은 세밀하고 우아하기 그지없다. 카유보트는 ‘파리를 가장 매력적으로 그리는 화가’로 자리매김한다.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은 대작으로 두 인물을 사람과 같은 크기로 그렸다. 집중이 잘되는 아카데믹 한 십자형 구도는 가로등과 지평선으로 화면을 등분하고, 중앙의 건물은 소실점이 두 개인 이른바 이점 투시 화법을 적용했다.

카유보트는 동료 화가들이 여성을 주제로 삼은 것과는 달리 남성의 뒷모습을 곧잘 표현했다. 뒷모습은 애잔하고 인생을 다시 한번 훑는다. 미술 비평가 칼 위스망은 “그는 현대인의 존재, 예술과 인생의 우수함을 잘 표현한다.”라고 했다.

그는 독신으로 살다가 46세에 요절한다. 그리고 그는 소장했던 인상파 그림을 모두 파리시에 기증하도록 하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파리시는 당시 기득권층인 아카데미 비평가들의 혹평으로 다 받지 않고, 일부 작품을 거부한다. 하지만 몇 년 후 그 가치를 알아보고 다시 상속자들을 수소문하여 그림을 수집하고 파리국립미술관에 소장했다.

필자는 한때 프랑스 거주 시 생라자르역을 자주 드나들었기에 이 그림의 배경인 더블린 광장을 수없이 가 봤다. 주변에 갤러리 라파예트백화점, 오페라 극장이 있다. 이곳에 오면 항상 착한 카유보트를 기억한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카유보트의 남다른 예술 향기와 따뜻한 성품이 비처럼 촉촉이 내린다.

김성운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 Design) 학과장, 디자인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18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00회, 파리퐁데자르갤러리, 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시섬문인협회 회장,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